EXIF Viewer사진 크기650x650화면에 두개의 벽 사이에 끝을 가려둔(!) 길과 시선을 가로막는 앞쪽 벽에 적혀있는 낙서가 보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거기에 작가는 '직업 구할 길이 막막해 보인다.'는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제가 이 장소에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제한된 영역안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면, '좁은 골목, 답답한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막막한 감정' 같은 것도 느껴집니다. 높은 벽으로 둘러쌓여 도망칠 수 없는 좁은 인생의 길을 어떤 폭압에 의해 끌려다니다가 만나는, 결코 행복하거나 희망찬 것이 아닌 전환점.
자칫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할 수 있는 구성임에도 벽에 그려진 낙서가 화면의 모든 요소에 숨결을 불어넣는다고 해야할까요?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한번씩은, 아니 자주 느끼는 팍팍함에 스스로를 이입시키게 됩니다. 그냥 스쳐지나갈 수 있는 오브제(요소)에 시선을 기울이는 사진가의 의도 또한 느껴집니다. 아마 저 자리에 낙서가 없었다면 사진은 전해야 할 바를 잃고 표류했거나 사진가의 선택에서 탈락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굳이 딴지를 걸어보겠습니다. 작가의 의도가 사진의 톤과 키(밝기)로 드러나는데, 이 부분에서 관조적인 느낌이 비중있게 보여집니다. 물론!!! 이 작품에서 '오철만'이라는 사진가의 아이덴티티를 이루는 '톤과 키'의 자기영역을 고수하지 않았다면 이 작품으로 '사진가 오철만'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단순히 '사진이 좀 더 어두웠으면 어땠을까'와 같은 얕은 화두가 아닌, 작가가 사물을 재해석하여 보여주는 시각에서 '관조'라는 키워드가 비중있게 느껴지기 때문에 가지는 불만아닌 불만입니다. 작품에서 시선은 관조하고 있지만 보는 사람이 과연 메시지가 자리하고 있는 이 영역까지 시각적인 장치들을 해체해 가면서 도착할 수 있을까요? 그런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작정하고 나쁘게 말해보자면 '불친절함'같은것도 느껴집니다. 물론, 정말 불친절했었다면 '난해한 사진'으로 매도당할지도 모르죠.. ^^;;; 이 시점에서 사진가가 남긴 코멘트는 작품의 감상에 큰 방향을 제시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알지 않으면, 해체하지 않으면 도착할 수 없는 그 자리에 메시지를 두고 감상자를 유도하거나 감상자가 스스로 도달하게 하는 과정이 어찌보면 사진을 포함한 현대예술의 큰 축을 이루는 속성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이 작품에서 작가가 감상자에게 조금 더 다가올 여지를 만들어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물론 주관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사진가에게 강요하는건 월권입니다. 관념적인 장치를 이해하고 해체할 수 있는 소양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식적으로 끌려들어가는 것 자체를 즐기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느껴지는 분위기를 통해 어느정도 작품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거대한 감흥을 위해서는 감상하는 입장에서도 알아야 하는, 갖춰야 하는 것이 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교육과 소양일지 감수성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만들기도 하고 감상하기도 하는 제 입장에선 좀 더 만들어보고 감상해보면서 결론이 날지 모르겠습니다... ^^;;
그런 의미에서 '사진에 메시지를 담는 행위'는 정말정말 중요한것이 아닐까요? 감상자로써 사진가가 던져준 메시지를 통해, 사진가로써 자신의 사진에 메시지를 담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좀 더 높은 영역에서 소통할 수 있을것입니다. 그것이 '예술'의 가장 큰 의의이자 목적인 '소통'을 이뤄내는 것이 아닐까요?
덧 1 : 하나의 작품을 선정하여 시각적인 장치와 메시지를 해체해보고 즐기는 과정을 소개하는 시도로 글을 썼습니다만.. 단순히 말장난으로 끝나는 것이 아닐까 불안합니다. 하지만, 핫셀클럽 회원 여러분들과 사진가 여러분들간의 '소통'을 목표로 더욱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개선해야 할 점이나 의견, 혹은 '이 작품이 잘 이해되지 않아서 다뤄봤으면 좋겠다'는 제안 많이 주세요. *^^*
덧 2 : 이 글은 '비평'의 행위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과정을 지켜봄으로써 함께하는'형태를 목적으로 씌여졌습니다. 만약 모든 감상이 이렇게 분석적이라면 참으로 답답하고 피곤한것이 아닐수 없겠죠.. 이 게시판의 첫 글이 무겁게 시작하는 감이 있지만, 좀 더 간단하고 가벼운 감상도 충분히 가치있기 때문에 '느낌더하기'게시판에서 앞으로 '감상'을 더 자유롭게 다룰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좋은 공부 하고 갑니다.
짧지만 가슴을 뻥 뚫어주는 글로서 읽었읍니다.
벽을 허물고 대한다면 어느 것이든 소통되지 않는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고와 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계속 부탁 합니다.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려는 좋은 말씀 잘 듣고 갑니다
앞으로도 유익한 광장이 되리라 믿습니다
다만 그런 소통을 통해 작가와 보는 이에게 좀더 명확하게(정확하다는 의미는 아님)접근 할수 있는 기회가 될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다고 하는 그림과 음악 저에게 있어서는 사진등이 간혹 그러한 소통 없이 일방적인 유포(권위,권력 그리고 폭력)에 의해 유통되는 모습에서 많은 위화감을 느낀건 사실입니다.
다만 소통 할수 있는 문화적 축적과 툴이 없는 우리들에게 그러한 것들이 큰 짐과 또다른 권력으로 다가오는 불상사는 막았으면 합니다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 을 못 담글수도 없는 것이고..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훌륭하고 또 어려운 일을 시작하는 모습에 응원을 보냅니다.